케디빽으로 손님파악하기
어느정도 숙달이 된 언니들이라면
배치표를 받고 나서 빽을 까보면 그 손님이 어떤 분이겠구나. 대충 감이 온다.
우선 빽이 알록달록하면 시타.
이건 이유엄따.
그리고 빽을 들었을 때, 이삿짐을 싸들고 다니듯 무겁거나 너~무 가벼워도 시타.
복불복이지만 뭔가 심히 불안하다.
새로 산듯한 깨끗한 새 빽이면 불안감은 배로 급상승한다.
그리고 헌것처럼 너덜너덜하고 볼펜자국도 있는 빽이라면 보기엔 그래도 캐디 입장에선 조금 안심이 된다.
오래 사용하셨거나, 혹은 골프장을 많이 다니셔서 캐디들이 클럽체크를 하다 묻힌 볼펜자국일테니 말이다.
가방을 열면 가장 먼저 드라이버 커버부터 벗겨 헤드의 페이스를 살펴본다.
스윗스팟에 정확하게 볼자국이 다량으로 있는 분이라면 쾌재를 부른다.
볼자국이 있더라도 페이스 전체에 여기저기 있는 분이라면..
하아.. 그냥 마음을 비우고 고갱림이 제발 좋은 분이길 간절히 기도한다.
아이언이나 우드에 뭔가 색깔있는 것이 묻어있는 분이라면,
그 분은 연습장에서 많은 연습을 하셨을 가능성이 높다.
이런 분들의 경우, 매트티가 잔디보다 딱딱하기 때문에 깊이 치는 경향이 있어 뒷땅을 치실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볼을 잘 못치는 분들의 경우에는 뒷땅이 나는지 유심히 보고 한마디 조언을 해 드리면 요게 우연히 맞아 떨어질 가능성이 높다.
(참고로 본인은 요걸로 초보 고갱림들 여럿 살린 적이 이따.)
하지만, 주의해서 잘 봐야한다.
만일 유독 7번 아이언에만 초록색 매트티가 두껍게 묻어있는 분이라면..
가장 먼저 연습하는 아이언이 7번으로 그 아이언조차 마스터하지 못하셨을 가능성이 높기에.. 라운딩시 슬퍼질 가능성이 높다.
그리고 퍼터를 살펴본다.
오래된 것인지. 새로 나온 것인지.
퍼터와 마누라는 오래될수록 좋다는 골퍼들의 농담이 있을 정도로
퍼터는 자주 바꾸는 클럽이 아니기에 구력을 파악하기에 좋다.
거기에 어프러치 중, 어느 것이 가장 사용을 많이 했는 흔적이 있는지 살펴본다.
어프러치에서 굴려서 라이를 태우시는 편인지, 띄워서 치시는 편인지, 혹은 그때그때 사용하는걸 달리하셔서 다르게 치시는지..
미리 파악해두는게 라운딩시 편하기 대문이다.
빽이 겁나 무거운데 클럽은 몇개 든 건 없는 분이라면
준비성이 아주 철저하여 눈, 비와 같은 천재지변에 강할 가능성이 아주 높다.
안에 비옷, 우산, 바람막이 등을 비롯하여 라운딩에 필요한 모든 용품을 이삿짐처럼 싸들고 다니실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또한, 꼼꼼한 성격의 소유자일 가능성이 많아 주의해야 한다.
거기에 드라이버, 우드, 퍼터와 더불어 아이언까지 커버가 씌워져있다면 백발백중이다.
아이언 커버를 마음대로 벗겨놨다간 불호령이 떨어질 수 있으므로
빽이 무거운 분들의 커버는 꼭 물어보고 벗겨둔다.
만일 라운딩시에도 아무말이 없으면
난 좀 불편하고 귀찮고 싫더라도 아이언커버도 부딪히지 않는 범위내에서만 벗겨둔다.
반대로 아이언커버에 우드커버, 심지어 드라이버와 퍼터 커버까지도 없는 분이라면
구력이 어느정도 있으시거나, 쿨한 성격의 소유자일 가능성이 높다.
클럽이 부딪혀도 크게 신경쓰시지 않으실 것이기 때문이다.
마제스티, 야마모토, 마츠모토 등의 수제 고가 클럽을 쓰시는 분들은
나이가 지긋하시거나 경제적으로 여유가 있는 분인 경우가 많다.
누구나 그렇겠지만 특히, 이런 분들은 대우받는 걸 좋아하는 경향이 이따.
경제적으로 여유가 있어, 혹은 나이가 많아 윗사람보단 아랫사람을 많이 대해보셨을 가능성이 다분하기 때문이다.
항상 다른 고갱림들보다 더 신경써서 대접해 드려야 아무 이유없이 미움받는 사고(?)를 방지할 수 이따.
우드가 많은 고갱림들의 경우, 특히 남자 고갱림의 경우에는
나이가 많거나 거리가 별로 안나가는 분들일 경우가 만타.
대신 우드가 많다는 건,
그만큼 본인의 거리를 잘 파악하고 있는 것이 되어 구력은 조금 있을 가능성이 높다.
우드는 미리 선서브하기에 불편함이 있기 때문에
우드가 많은 분들의 클럽이 어느 정도 낡아있다면 대부분 셀프를 하시는 분들이 만타.
캐디가 선서브를 힘들어 하는 걸 많이 경험해 봤을 것이기 때문에 알아서 본인의 거리대로 가져가시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볼 건지개를 가지고 있는 분의 경우, 캐디를 피곤하게 하실 가능성이 높다.
진행이 빠르거나, 대기가 있을 때, 혹은 볼을 찾을 때.. 등등
시간과 기회가 주어진다면 언제든 로스트 볼을 찾아 헤메이는 하이에나로 빙의되실 가능성이 충분하신 분들이다.
이런 분들에게는 라운딩시 최대한 빠듯하게 움직여 시간적 여유를 주지 않는게 가장 좋다.
신경쓰지 않으면 여유되는 시간을 틈타 본인의 볼을 플레이 해야 하는 시간에도
계속해서 볼을 찾아 헤메이시어 진행이 느려질 가능성이 농후하기 때문이다.
아이언이 2, 3번의 보기드문 롱 아이언까지 있는 분이라면 볼을 아주 못치실 가능성은 낮다.
사용하기 쉽고 기능성 좋은 유틸리티를 사용하지 않고 롱 아이언을 치신다면
그만큼 거리와 타구의 정확성이 있기 때문에 사용하시는 부분이 없지 않기 때문이다.
드라이버가 두 개 이상인 분들의 경우에는
확률은 높지 않지만 볼을 잘 치실 분일 가능성이 높다.
우연찮게 드라이버를 얻지 않는 이상,
본인의 드라이버를 사용하다가 다른 드라이버를 바꾸려하시는 분이라면
구력이 어느정도 있으신 분일 확률이 높기 때문이다.
하지만 새로 바꾼 드라이버에 숙달되지 않은 분이라면
각도가 본인과 맞지 않거나 샤프트 강도가 달라 티샷볼이 잘 안맞으시는 경우도 있으므로 주의해야 한다.
드라이버와 우드, 아이언, 퍼터가 모두 같은 브랜드라면 비기너로 의심해 봐야 한다.
클럽을 세트로 구매하여 사용한지 얼마 안되신 분일 가능성이 많기 때문이다.
거기에 아이언 커버까지 모두 씌워져 있거나, 안벗긴 아이언 비닐이 있다면 그 확률은 상당히 높아진다.
빽에 방향 지시기나 스윙기가 들어있다면, 그리고 빽에 뚜껑이 없다면..
볼을 잘치는 분들일 가능성이 높다.
골프에 어느 정도 애착이 있어 작은 부분도 신경쓰고 연습을 하시는 흔적이기 때문이다.
또한, 클럽이 열린 빽 안에 들어있는 분들은 클럽을 자주 사용하시는 분일 확률이 높기 때문에
그런 분들에게는 그린에서 볼만 닦은 후, 라이를 놓기 전에 항상 놔드려도 되냐고 먼저 물어본다.
클럽의 커버가 하나 이상 뭔가 캐릭터나 해당 클럽의 세트 커버가 아닌 다른 특이한 커버로 대체되어 있는 분이라면,
이 고갱림 또한 구력이 어느 정도 있을 가능성이 높다.
자주 접하니 이쁜 것도 더 많이 보이는 법이니까.
이럴 땐, 분위기 좋을 때 한번쯤 커버가 이쁘다는 칭찬을 곁들여 드리면 좋아라 하신다.
본인은 이뿌다고 바꾼거일테니 말이다.
하지만....
이 예상을 모두 깨는 분들도 많더라....ㅜ_ㅜ...
다른 캐디분들은 빽을 처음에 받을 때 그 외에도 어떤 면을 보시는지 궁금하네요.. +_+
--- 다 쓰고 나서 보니.. 라운딩 일기장은 아닌 것 같은데.. ㅡ_ㅡ;; 요고 어디다 써야대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