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특강/골프란?

[스크랩] 골프이야기

먼동이틀때 2013. 3. 28. 23:22

1563년 스코틀랜드 여왕 메리(Mary)가 남자들이 세인트앤드루스에서 골프 치는 장면에 매료되어 처음으로 골프를 시작했다고 한다. 영국에서 프랑스로 골프를 전파한 사람 역시 여왕 메리였으나 1587년 반역죄로 교수형에 처하면서 그녀의 골프 경력도 끝을 맺었다. 특이한 것은 그녀의 죄명에는 남편 다늘리 백작이 죽은 후 너무 빨리 골프를 치기 시작한 것도 포함되었다고 하니 그 후 2세기 동안 여자가 골프를 즐기지 못한 것도 어찌 보면 당연하다.

 

물론 지금은 상황이 많이 변했다. 외국은 당연하고 우리나라 역시 많은 여성들이 남성 못지 않게 골프를 즐기고 있다. 어디 그것뿐인가? ‘나이 지긋하신 사장님의 전유물’로 여겨지던 골프를 최근에는 2030세대가 즐길 정도로 마니아 층이 두터워졌다.

 

하지만 아무리 그렇다고 해서 꽃남 구준표의 표현을 빌어 일반 ‘서민’에게 골프란 분명 이질감이 드는 레저스포츠 임에는 틀림없다.  도대체 ‘골프’가 우리 일반 ‘서민’에게 잘못한 것이 무엇이길래!

 

그래서 이번 기사는 가깝고도 먼 ‘골프’에 대해 조금은 ‘까칠한’ 시선으로 혹은 조금 ‘유쾌하게’ 풀어가 보기로 하겠다.

 


골프의 기원설은 사실 여러 나라에서 전하고 있다. 네덜란드, 미국, 중국. 프랑스 등 각각 자신의 나라에서 골프가 시작됐다고 주장하기 때문. 우리나라는 그로부터 수 천년 뒤인 100여 년 전 일본으로부터 골프가 처음 전파되었기에 어디서 시작된 것인지에 대한 관심은 없는 편이다.

 

솔직히 우리가 만든 것이 아닌 이상 언제 시작되었는지는 중요치 않다. 대중에게 골프란 레포츠가 친숙하게 다가올 수 있었던 지난 1997년 박세리 선수가 LPGA에 입문하고 이듬해 4승을 거머쥐면서 혜성처럼 나타난 해를 우리나라 골프 역사의 시발점이라고 보면 될 것이다.

 

1998년 고등학교 중간고사 시절, 전 날 하지 못한 공부 때문에 새벽 일찍 일어나 힘겹게 가방을 챙겨 들고 방에서 나오는 순간이었다. 뒤돌아보지 않는 부모님 사이로 얼굴이 까맣게 탄 여인네가 고집 쎈 눈으로 한 곳을 응시하고 있었다. 그 여인은 곧 하얀 양말을 벗고 첨벙첨벙 물 속으로 들어갔다. 모두가 숨죽일 때 그녀는 기어코 작고 하얀 공을 쳤다. 잠시 후 새파란 잔디 위로 그 공은 조용히 올라섰다.

 

공이 그린 위에 닿기도 전에 해설자들은 열광했고 부모님도 열광했고 아무것도 모르는 나 역시 열광했다. 그렇게 온 국민들은 까만 여인 ‘박세리’로 인해 2002 월드컵의 그것처럼 (혹은, 그보다 더) 열광의 도가니에 빠졌다.

 

결코 100여 년의 역사를 무시해서가 아니다. 우리나라에게 골프를 전수한 ‘일본’에서 패권을 잡은 ‘연덕춘 프로’를 잊어서도 아니다. 박세리 역시 양말을 벗는 순간 이전에 수 년간의 골프 역사와 함께 했다는 것을 기억하고 있다.

 

다만, 여기서 한 가지 말하고 싶은 것은 ‘골프’가 대중들에게 ‘꿈’과 ‘희망’을 심어줄 수 있다는 ‘스포츠의 힘’을 보여준 것은 분명 이 때부터라는 것이다. 일부 계층의 전유물이 아닌 요즘의 스노보드처럼 대중화 될 수 있는 공통분모로 작용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는데 의미를 둬야 할 것이다.

 


버디(birdie)

1903년 겨울, 미국 필라델피아 동부의 한 골프 코스에서 6명의 아마추어 골퍼가 플레이를 하는 중이었다. 8번 4백 70야드의 롱 홀에서 한 플레이어가 제2타를 우드 2번으로 쳐 온을 시켰다.

 

누군가 “That’s The bird!”라고 외쳤다.

 

이는 그때까지 아마추어로서 누구도 깰 수 없었던 롱 홀의 파를 1타를 줄여 성공한 것. 이 경기가 끝난 후 사람들은 파(par)보다 1타 좋은 스코어를 버드라 부르기 시작했고 시간이 지나며 점차 버디(birdie)로 불려졌다.

보기(boggie)

1890년, 기준타수(당시, 각 그린은 2타를 요하는 것으로 티에서 1타로 그린에 도달하는 홀의 타수를 3, 2타로 닿는 홀은 4, 3타를 요하는 홀은 5로 정했다)를 계산하는 방식이 발명됐다. 이기고 지는 것만 구분되었던 전과는 달리 기준타수가 정해지자 골프 클럽 멤버들은 급하게 이름 짓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이름은 당시 최고의 인기를 끌고 있던 ‘보기맨’이라는 노래에서 따와 ‘보기’라고 지어졌다. (물론 이유는 있다. 보기맨은 우리나라로 치면 ‘망태 할아버지’라는 개념인데 이 노래에서 ‘잡을 테면 잡아봐’라는 문구가 사용된다. 결국 골퍼들이 잡기 힘든 스코어라는 의미를 나름대로 부여한 셈.)

 

이 밖에 페어웨이, 벙커, 티 등 각각의 유래는 전해지고 있으나 진화한 것뿐 재미있는 사연은 찾아볼 수 없어 생략하기로 한다. 이와 같이 골프 용어는 거의 ‘영어권’ 안에 머물러 있다.

 

수년 전 한국발 로이터 통신에서 북한 통치자 김정일이 골프칠 때 1라운드에서 11번이나 홀인원을 했다고 보도된 적이 있다. 뭐, 사실 여부는 뒤로 제쳐두고 ‘영어권’을 전혀 쓰지 않는 북한도 골프를 한단 말인가? 그럼 도대체 ‘골프’를 뭐라 부를까?

 

조사해보니 아래와 같다.

 

1

타임 그라운드 – 출발터

10

파 4 홀 – 중간 거리

2

그린 – 정착지

11

파 5 홀 – 긴 거리

3

페어웨이 – 잔디구역

12

워터해저드 – 물 방해물

4

드라이버 – 제일 긴 나무채

13

오비 – 경계선 밖

5

우드 – 나무채

14

홀 – 구멍

6

아이언 – 쇠채

15

벙커 – 모래 웅덩이

7

롱 아이언 – 긴 쇠채

16

레귤러티 – 앞 출발터

8

쇼트 아이언 – 짧은 쇠채

17

티 박스 – 타격대

9

파 3 홀 – 짧은 거리

18

티 – 공알받이, 못

 

같은 민족이기 때문일까. 일단 외국 용어보다 이해가 쉽다. 그것도 무척. 조금 실소를 머금긴 했지만 분명 영어보다는 직관적이다! 그리고 훨씬 가깝게 느껴진다.

 

만일 우리나라 역시 북한처럼 골프 용어를 ‘한글’로 쉽게 풀이했다면 적어도 반 발짝 정도는 가까워지지 않았을까. 그럼 우리도 1라운드에서 11번이나 홀인원 하는 영웅이 탄생했을지도 모르는 일이고…(웃음)

 

물론, 용어 따위가 골프를 멀게 느끼게 만드는 직접적인 이유에 해당하진 않는다. 우리에겐 그보다 더 큰 문제가 도사리고 있다. 우리는 그것 때문에 골프계에 이름 석자를 남기기 어렵다. 그것은 바로 ‘비용’이다.

 


우리는 대부분 골프를 치기도 전에 ‘너무 비싸’ 라며 ‘귀족 스포츠 따위’ 라고 단정짓는다. 과연 그럴까? 필자는 가격비교 다나와 직원이기에 ‘최저가 기준’으로 골프 장비 가격을 알아보았다. 골프채의 경우 싼 것은 40만원에 풀 세트를 구할 수도 있지만 실제로 대부분의 ‘쓸만하다’ 라는 클럽들은 100만원을 웃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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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보다 그리 비싸진 않다.

 

사실, 악기.스포츠 등의 장비는 사용자의 ‘욕심’에 따라서 결정되기 때문에 ‘가격’이란 것은 크게 문제되지 않는다. 피아노, 바이올린, 심지어 등산용품까지도 욕심을 부리게 되면 구입 가격대는 무한대다. 그렇다면 대체 왜 ‘골프는 귀족 스포츠’ 라는 개념은 어디에서부터 시작된 것일까?

 

바로 플레이 비용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플레이 비용이 해외에 비해 비싸다. 그린피 외에 카트비와 캐디피가 플레이 비용에 추가되기 때문. 국내 유명 골프장의 골프 비용을 대략적으로 살펴보면 아래와 같다.

 

골프장

그린피

카트비

캐디비

남서울

22만 원

8만 원

10만 원

곤지암

20만 원

8만 원

10만 원

남부

20만 원

8만 원

10만 원

가평베네스트

19만 원

8만 원

10만 원

리베라

19만 원

8만 원

9만 원

렉스필드

19만 원

9만 원

10만 원

안양베네스트

19만 원

0원 (수동카드)

10만 원

이스트밸리

19만 원

9만 원

10만 원

지산 

19만 원

8만 원

10만 원

해비치(남양주)

19만 원

8만 원

10만 원

비전힐스 

18만 원

8만 원

9만 원

레이크사이드

19만 원

9만 원

10만 원

레이크사이드(P)

15만 5천 원

9만 원

10만 원

뉴서울

18만 원

8만 원

9만 원

마이다스밸리

18만 원

8만 원

8-10만 원

이포

17만 5천 원

8만 원

9만 원

신라

16만 원

8만 원

10만 원

센테리움

15만 원

8만 원

10만 원

자유

15만 원

8만 원

9만 원

상떼힐(충주)

13만 5천 원

8만 원

9만 원

베어크리크(P)

14만 원

8만 원

9만 원

베어리버(베어)

12만 원

8만 원

10만 원

베어리버(리버)

8만 5천 원

8만 원

9만 원

설악썬밸리

12만 원

8만 원

10만 원

라데나

11만 5천 원

8만 원

9만 원

센추리21

11만 5천 원

8만 원

9만 원

청우

11만 원

8만 4천 원

10만 원

한탄강(P)

9만 8천 원

6만 8천 원

7-9만 원

프린세스(P)

9만 원

8만 원

9만 원

남여주(P)

8만 8천 원

8만 원

9만 원

 

이처럼 평균 20만 원선을 웃도는 곳이 상당이다. 소위 회원권이 고가이고 명문이라고 알려진 곳은 대부분 18만원의 그린피 비용이 드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여기에 그늘집비, 식비, 교통비까지 합치면 자연스럽게 ‘가격 부담’이 발생할 수 밖에 없다.

 

 

더 깊숙이 들어가보면 ‘필드 플레이’ 또한 쉽게 나갈 수는 없다. 그 이전에 골프 연습장에서 충분한 기본기를 익혀야만 필드에 나가 ‘자연스러운(?) 플레이’를 진행할 수 있는 것이다. 결국 골프를 하려면 ‘장비+연습장+필드 플레이’ 가격을 감안해야 한다는 결론이 나온다. 하다 못해 카트비나 캐디피 정도는 선택할 수 있는 결정권을 줘야 하는 것이 당연할진대 이것 마저 우리나라에선 당연한 ‘의무’다. 그리고 이 모든 것은 골프를 ‘귀족 스포츠’로 인식시켜주는 아주 ‘뛰어난 역할’을 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왜! 이 치사한 환경 속에서도 골프는 점점 대중 속으로 흘러오고 있을까. 이는 바로 골프가 그러한 부담을 감수하고서라도 즐겨 볼 만한 너무나 매력적이고 즐거운 스포츠이기 때문이다.

 


흔히 사람들이 골프의 매력으로 ‘자신과의 싸움’을 꼽는다. 하지만 이것만이라고 하기엔 좀 부족하다. 골프의 매력이 단순히 ‘자신과의 싸움’에서 얻는 쾌감이라면 그것은 골프가 아닌 마라톤이나 요가에서도 느낄 수 있는 것 아닌가.

 

한 때 tv 중계에서 타이거 우즈의 골프 경기를 시청한 적이 있다. 골프 따위 관심 없는 철부지 20대로 얼른 인기 드라마를 봐야 했을 그 때 나는 쉽사리 채널이 돌려지지 않았다. 버디, 칩샷, 드라이버까지 골프의 가장 기본적인 것도 몰랐던 내가 왜 그 경기를 뭔가 안다는 것처럼 우두커니 지켜보고 있었는지는 아직도 모르겠다. 다만 타이거 우즈의 경기는 그날 나에게 짜릿한 쾌감과 경이로움은 물론 감동을 선사해줬다.

 

 

▲ 타이거 우즈의 환상같은 샷

 

바로 이 영상 하나가 골프를 하는 궁극적인 이유를 설명해주는 것이 아닐까. 풀리지 않는 수학문제를 밤 새워 풀었던 그것처럼, 아니 그보다 훨씬 더 골프는 우리에게 ‘성취감’을 넘어선 ‘희열’을 선사한다. 또 그 ‘희열’을 느끼기 위해 수십 번, 혹은 수백 번의 장애물과 좌절을 넘어서야 한다. 그리고 이는 우리네 ‘인생’과 많이 닮아 있다.

 

골프는 심판이 없다. 자기 자신이 심판관이고 자기 양심에 따라 행동하고 결정짓는다. 때문에 자기 스스로를 지배할 수 있는 자제력은 물론 어떤 불운한 역경에 빠져도 싫어하지 않고 헤쳐나가는 용기와 지혜, 도덕적 양심이 필요하다.

 

우리의 인생도 마찬가지다. 어떠한 장애물에도 흔들리지 않는 용기, 이겨낼 수 있는 지혜, 내 양심과 선택을 믿고 나의 길을 걸어야만 한다.

 

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최근, 30-40대들은 물론 많은 20대들까지 골프 연습장으로 몰리고 있는 추세라고 전한다. 골프를 하면 사회 생활이 편하다는(?) 이른바 ‘줄서기’ 영향도 한 몫 하고 있지만, 그런 연유로 시작한 사람들이 결국 골프가 주는 매력에 빠지게 되어 헤어나올 수 없는 이유가 골프장이 붐비는 가장 결정적인 이유라는 것이다.

 

분명 골프는 그저 ‘재밌는 운동’일 수도 있다. 풍요로운 자연에서 맑은 공기를 마시며 걷는 것, 홀 인 하는 순간의 짜릿함, ‘굿 샷’을 치는 것만으로도 만족하는 귀족 스포츠. 하지만 사치스런 귀족 스포츠라고만 치부하기엔 골프가 주는 배움은 너무 깊고 진하다.

 

그리고 그 배움의 값이 결코 싸지 않다는 걸, 아니 쌀 수는 없다는 것을 우리는 너무나도 잘 알고 있다.

 

글/ 다나와 김보미 기자 poppoya4@danawa.com

편집/ 다나와 신성철 multic00@danawa.com

출처 : 메디스켈프
글쓴이 : 향그린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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